태고종 제17, 18, 19세 종정 역임

태고종 종정을 세번(17, 18, 19세) 역임하며, 수행의 삶을 살아온 혜초 대종사가 홀연히 본가(공, 空)로 돌아갔다.

 8월 30일, 태풍이 지나간 끝자락. 오랜만에 맑은 햇살이 내리쬐는 태고총림 선암사는 이른 아침부터 스님들과 불자들의 추모행렬이 시작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지자체에서 행사자제를 권고하여 많은 인원이 모이지는 못했지만 불자들은 이미 영결식장 주변에 모여, 연신 ‘나무아미타불’을 염송했다.

 큰스님께서 불교를 위해 온몸을 환원한 팔십구년의 삶은 결코 허공꽃이 아니었다. 

 영결식이 시작된 오전 10시, 선암사 대웅전 앞에는 태고종 종정 지허스님, 태고총림 방장 지암스님을 비롯 각 종단 총무원장들과 사부대중이 자리를 메웠다.

 명종 5타를 시작으로 삼귀의, 영결법요, 헌다 헌향, 행장소개, 추도입정, 육성법문 순으로 진행된 이날 영결식에서는 태고종 총무원 사회부장 봉진스님의 행장소개에 이어 추도묵념및 육성법문 근청, 고시위원장 재홍스님의 열반송 봉독순으로 진행됐다. 

 태고종 총무원장 호명 스님은 영결사에서 “이렇게 어려운 때에 종단과 이나라 불교계의 지주이시며 정신적 지도자이신 스님께서 이렇게 훌쩍 열반길에 오르니 실로 망연하고 허탈한 마음 감출수가 없다.”고 추모했다.

 태고종 원로의장 도광 스님은 추도사에서 “지금 선암사 도량엔 종도드르이 슬픔과 그리움이 가득합니다. 부디 태고의 바람결 따라 어서 돌아오십시오.”라고 말했다.

태고종 중앙종회의장 법담스님과 호법원장 지현스님, 덕암화상문도회장 혜일스님도 조사에서 “가시는듯 다시 시현하시여 중생들을 교화하여 주시옵고 당신께서 염원하셨던 태고종단과 총림 선암사의 발전을 수호하시는 빛이 되어 주시길 스님 영전에 발원하옵니다.”라고 조사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인 원행스님은 관음종 총무원장 홍파스님이 대독한 조사에서 “참으로 우리 치문에 수많은 선지식이 계셨으나 스님처럼 깨끗하고 아름다운 뒷모습을 남긴어른은 흔치 않았습니다. 기러기가 창공을 날아갔으되 자취를 남기지않는 것과 같으니 모름지기 운수의 족적이란 스님과 같아야 할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원욱 국회정각회장, 김영록 전남도지사의 조사와 헌화및 분향, 문도대표 재홍스님을 비롯한 문도들 인사, 공지사항, 사홍서원이 이어졌다.

 영결식이 끝나고, 대중은 스님의 법구가 모셔진 강선루로 이동해 영축게, 무상계게 염불에 이어 “연화대로 모시겠습니다”라고 고하는 발인의식후 다비식장으로 법구가 이운됐다.

 

법구가 다비장에 도착하고, 법구 입감의식에 이어 1,5m높이의 참나무로 입구를 막았다.

 ‘이 불은 탐진치 삼독의 불이 아니라 여래의 등인 삼매(如來一登三昧)의 불이니…, 이 빛을 보고 자성의 광명을 돌이켜 쌍림(雙林)의 즐거움을 누리십시요.’라는 거화편(擧火篇) 낭독과 함께 스님들이 빙둘러 서서 거화(擧火)봉에 불을 붙여 하화(下火)에 들어갔다.

 불을 지피는 순간 불길이 하늘로 치솟으며, 큰스님의 법구는 서서히 사그라 들었다. 불자들은 천수경, 아미타경 합송 속에 스님의 법체가 다시 땅 물 불 바람으로 돌아갔다.

 살고 죽는 일이 다르지 않고,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이 예정돼 있어 본래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의식과정인 다비(茶毘). 미혹의 근저에 있는 무명의 티끌을 불살라 버리고, 육신이 해체되는 마지막과정인 다비의식은 공한 열반의 세계로 들어가니 즐거움만 있는 떠나는 자와 살고 죽는것이 다르지 않다는 불교의 생사관을 알게되는 보내는 자들이 함께 무언의 법을 듣는 ‘야단 법석(野壇 法席)’이었다.

저작권자 © 불교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